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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한번쯤 들어보셨나요? 한국에서는 드라마 <굿닥터>의 주원이 연기한 천재적 소아외과 의사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발달장애를 동반하고 있으면서 경이로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1887년 J.Langdon Down이 처음 명명하여 소개하였으며 그는 서번트 증후군과 경이적인 기억력과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Edward Gibbon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한 구절도 틀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었던 환자를 사례로 소개하였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처럼 한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거나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는 등 <천재>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증상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발달장애가 있으면서 동시에 경이로울 만큼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더라도 그 특징이나 증상, 능력의 발달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경이로우며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으로 밝혀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자체가 남성에게 나타나는 비율이 높으며 남녀 비율은 대략 4:1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의 경우 Bolte와 Poustka, Hawlin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비는 7:1로 남성에게 발현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특징
기억
책을 한번 읽은 것만으로 그 내용을 기억하고 암송하거나 읽어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읽은 책의 몇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고 그 책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대표적인 인물인 킴 픽은 미국의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거나 지도를 암기하여 도로명, 번지수를 틀리지 않고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암기력이 뛰어나 책의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할 수는 없습니다.
음악
음악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도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 한번 들은 것만으로도 그 곡을 그대로 칠 수 있고 수 천곡을 암기할 수 있습니다. 모든 소리나 음을 주파수 단위로 기억하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차이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주로 선반악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고 악보를 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곡을 오로지 머릿 속으로 외워 연주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즉흥 연주나 작곡능력이 있기도 합니다.
미술
단 한번 본 사진을 그대로 조금의 착오없이 똑같이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국의 스티븐 윌셔는 헬기를 타고 약 20분간 바라본 도쿄의 전경을 10M 화폭의 캔버스에 사진처럼 똑같이 옮겨그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움직이고 있는 동물을 보고 그 움직임과 근육의 모습을 기억하여 그대로 스케치할 수도 있습니다.
수학
1996년 3월 30일이 무슨 요일인지, 그 날로부터 오늘이 몇일째인지 알아 맞히는 등 어떠한 날짜에 상관없이 달력계산을 순식간에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산도 암산으로 순식간에 답을 찾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히 달력계산은 서번트 증후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특이한 지각
눈으로 본 광경을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하거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처음 듣는 언어를 듣고 모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숫자나 문자에 특별한 색이나 모양을 수반하는 <공감각>이라고 불리는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모양이나 창문에 비치는 햇살 등 모든 사물을 도형화하여 기억하기도 합니다. 시계를 보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고 아무런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확한 거리를 대답할 수 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은 위의 특별한 능력 중 하나 이상의 기능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경우 뇌의 능력이 어떤 특정분야에서 경이적으로 발달되어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 능력은 특정분야에 한정되어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사회성 등 다른 능력은 대체로 떨어집니다.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 된 킴픽은 평생 1만권에 가까운 책의 내용을 암기하거나 미국지도의 도시, 도로를 암기하고 안내하는 등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심한 지적장애 때문에 혼자서는 셔츠 단추도 담그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예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 중에는 뛰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남긴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킴픽Kim Peek (1951~2009)
1988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먼 배우의 모델이 된 미국인입니다. 이 영화는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말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메가서번트라고도 불렸습니다. 약 9,000권의 책을 암기하고 있었으며 1페이지를 읽는데 8~10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한번 읽은 책은 그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인터넷 검색과 같은 속도로 저장된 정보를 꺼낼 수 있습니다. 그는 톰 클랜시의 소설 <레드 옥토버를 쫓아라>를 1시간 25분만에 암송했으며 4개월 후에 이 책에 대한 질문을 다시 받았을때 작품에 등장한 러시아인 통신사의 긴 이름을 대답하고 그 인물에 대해 쓰여진 페이지를 한 구절도 틀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암기력을 제외한 지능지수는 지적장애 3급에 해당하여 혼자 단추를 꿰지 못하는 등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니엘 타멧 Daniel Tammet (1979~)
영국출신으로 수학에 대하여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그 증상이 가벼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가 풍경처럼 보이는 공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저서 <내겐 숫자가 풍경으로 보인다>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4년 3월 14일 5시 9분에 걸쳐 원주율을 22,514자리를 암송했습니다. 원주율을 그냥 숫자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봤을때 떠오르는 모양이나 질감의 차이로 숫자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또한 언어습득에도 경이로울 정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어 유럽인들에게도 어려운 아이슬란드어를 단 일주일 강습받고 아이슬란드TV에 토크쇼에 출연하여 1시간동안 대화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현재는 자신의 웹사이트 <optimnem>을 통해 외국인 학습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등 언어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야마시타 키요시Yamashita Kiyoshi (1923~1971)
야마시타 키요시는 일본의 유명한 화가입니다. 그는 방랑여행 중에 만난 일본의 풍경을 기억하여 여행을 마치면 여행의 정경을 떠올리며 사진을 그리듯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지적능력은 보통사람보다 약간 낮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위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난폭하게 반격하는 것으로 아동을 위한 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시설에서 그리기 활동을 하며 그 재능이 발현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가 주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사회성이 떨어졌고 강박적인 증세가 있었던 것을 바탕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동반한 서번트 증후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제이슨 파젯Jason Padgett (1970~)
미국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제이슨 파젯은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례로 널리 알려진 수학자입니다.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란 태어날 때부터 자폐 스펙트럼 등을 동반하여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후천적 사고 등으로 인하여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31살이 되던 2002년 가구점에서 일을 하고 귀가하던 중 강도를 만나 뇌손상을 입게 됩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때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기하학적 도형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혼란스러워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눈에 보이는 것을 정신없이 그리기 시작하지만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4년 동안 칩거생활에 들어가게 되고 고독 속에서 기하학과 원주율에 매료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사고로 인하여 후천적인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게 된 사례로 주목받았으며 물의 구조가 기하학적 도형과 주파수로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등 특수한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독자적인 기하학적 아트를 발표하며 수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으로 밝혀진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희귀한 사례입니다.
스티븐 윌셔Stephen Wiltshire (1974~)
영국의 천재화가로 알려진 스티븐 윌셔는 자신이 본 풍경을 오로지 기억력에 의존하여 상세한 파노라마처럼 그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윌셔는 본 것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는 영상기억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3살에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아 특수학교에 보내져 미술치료 등을 받게 되는데 어떠한 사물이나 풍경을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상세히 그리는 것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는 더욱 미술에 몰두하고 영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후에 서번트 증후군의 사례로 진단받게 됩니다. 현재는 전 세계를 여행다니며 그가 기억한 풍경을 캔버스에 담고 있습니다.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도쿄의 전경을 약 10M의 거대한 화폭에 사진을 그리듯 옮겨 그리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뇌의 사회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따라 다른 부분이 특별히 발달하게 되는 뇌의 보상작용이라는 추정이 있으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의 경우 뇌의 단기저장 능력부분이 손상됨에 따라 모든 기억이나 능력이 장기기억으로 바로 저장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똑같이 자폐 스펙트럼을 동반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그 흥미와 관심이 특정분야에 집중되어 정거장 이름이나 번호판을 암기하거나 특정 제품, 자동차 등의 모델명과 디자인을 외우는 등 유능 서번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의 약 10분의 1정도가 유능 서번트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암기력이나 수학적인 능력에서 경이로운 천재성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의 경우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약 100명 정도밖에 보고된 사례가 없을 만큼 희귀한 경우입니다. 뇌의 보상이라던지 선물로 불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특별하게 발달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보통 사람들의 경우에는 인간의 뇌가 가진 능력의 10분의 1도 다 쓰고 있지 못하다고도 하는데요. 그들이 바라보고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